21살 때 창업을 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21살 때 창업을 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 온 지 햇수로 5년 차. 2월 말에 잠실에 코딩 학원 헬로알고를 개원한 후, 재원생 120명을 넘어가는 지금 가쁜 숨을 돌리며 그간의 세월을 돌이켜보고 있다. 그사이에 많은 좋은 형들, 선배님들, 교수님들을 만나 뵈었고 많은 도움과 조언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다만 초창기에는 창업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아이템만 가지고 시작하였기에 꽤 긴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 누군가가 21살의 나에게 이런 것들을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창업은 단순하지 않다

창업을 실직이나 취업 실패의 도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청년 창업 붐이 불어서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대학생들은 졸업 전에 한 번쯤은 창업을 경험해보는 것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 번쯤 경험해보는 수준에 그치고 마는데, 개개인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있고 직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회사와는 다르게 창업을 하는 것은 맨바닥에서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야 하기에 개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신경 쓸 것이 많다. 창업 팀의 95%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나는 Work - Life 밸런스를 추구하기에 내가 사장이 돼서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다시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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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공부가 필요하다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면 아래의 요소들 각각에 대해 작성해보자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 “제시하고자 하는 해결책” “우월전략” “KPI” “판매 채널” “고객층 분석” “수익 모델” “교두보 전략” “핵심 가치”

2017년 IT 벤처창업개론 수업을 통해 MIT Entrepreneurship 과정을 듣기 전, 우리는 “WebRTC 화상통신 기술과 웹 IDE를 결합시켜 온라인 화상 코딩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목표하에 제품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제품을 완성하고 나니

기존의 시장에서는 코딩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지? 왜 사람들이 오프라인 코딩 교육을 안 하고 온라인으로 코딩교육을 배워야 하지? 온라인으로 배우는 것의 장점은 무엇이지? 우리의 타겟 고객은 누구일까? 성인일까, 학생일까? 그들의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은 어떻게 될까? 코딩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시장을 전체 장악하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과연 코딩 교육 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인가? 현재 시장의 경쟁사는 어떤 회사가 있지? 우리가 그 회사들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지? 대기업에서 우리 제품을 카피한다면 우리만의 뺏기지 않을 가치가 있을까? 과연 이게 돈이 벌릴까? 우리 제품을 어떻게 고객에게 알리지?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지?

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첫 시제품을 완성할 2016년 중반만 해도 팀 내에 이런 창업 방법론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여러번 서비스를 갈아엎는 pivoting을 하게 되었고, 2018년 중반에서야 현재의 코드윙즈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년의 기간동안 분명 많은 것을 배웠지만, 주변에서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창업 수업을 한번이라도 들어보고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레퍼런스 관리가 중요하다

출신 학교나 가정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머무른 조직과 만난 사람들에게 평소에 어떤 인상을 남겨두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알고 지내왔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걸 레퍼런스 관리 라고 하는데, 창업뿐만 아니라 외주, 취업을 할 때도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세상 좁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 우연히 커피숍에서 부딪혀서 짜증을 냈던 사람이 내일 정부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나올수도, 시리즈A 투자의 심사역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동네 커피숍보다는 역삼역 파이낸스 타워의 커피숍에서 만난 사람이 더 확률이 높겠지만.

닭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가 낫다

일전에 친한 형이 나에게 “부자 바짓가랑이 잡고 따라가라” 는 말을 하였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전략적 제휴를 하던지, 같이 합자회사를 세우자던지 여러 경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제안이 들어온다. 이때 나의 사업, 나의 지분, 나의 아이템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여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그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세상을 바라보자. 어쩌면 나의 닫힌 시야를 열어줄지도 모른다.

성공한 사람의 말을 너무 맹신하지 말자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의 창업하기 전 배경, 그 사람의 주변 인맥, 창업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라는 복잡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그 사람이 창업한 아이템과 방법론을 교과서처럼 따라 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창업 방법론을 배워서 따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쓴 글을 읽고 감명받아서, 시도 때도 없이 글을 퍼와서 ‘우리도 이렇게 해야 성공합니다!’라고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자칫하면 주관이 없는 리더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자신이 하려는 비즈니스가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나의 한계점과 나의 강점을 명확하게 알고 나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 글에도 작성하였다시피, 창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어떤 사람과 함께 사업을 하느냐이다.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함께 만들어나갈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코드윙즈 초창기에 심사를 해준 분들이나 투자를 해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딩 화상 교육 플랫폼이라는 아이템보다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기에 얘네들은 뭐든지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좋은 사람으로 구성된 팀은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더라도 팀 전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기에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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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짧은 생각들

  1. 남자의 경우 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항상 문제 삼는 부분이다.
  2. 어느 정도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자금이 부족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3. 사람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조직문화를 구성해야 한다. 한 번쯤은 큰 회사의 조직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4.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반의 입장이다. 필연적으로 본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5. 사업을 하면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을 잃게 된다.
  6. 너무 빨리 창업을 시작하지 말고, 여러 회사를 경험해본 후 창업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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